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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전통적인 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적인 동시에 합리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이 가정에 대한 실험으로 최후통첩 게임을 소개하겠다. 최후통첩 게임은 유명한 게임으로 제안자에게 주어진 돈을 응답자에게 몇대 몇의 비율로 나눌것인지 통보하고, 응답자가 받아들이면 해당 비율로 돈을 나눠갖고, 거절하면 어느 누구도 돈을 가져가지 못하는 게임이다.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험한 결과, 응답자가 30% 미만의 금액을 제안받는 경우 대부분 이를 거절했다.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10%라도 받는것이 이득이지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거절한다.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 속에서 인간 본연의 특성을 배제하고 자신의 이익을 최소화하는 불합리한 선택을한다.

결국 인간이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 여기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문맥은 타인과의 협력이다. 협력을 무시한 채 개인의 반응을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객체의 세계에서도 협력이라는 문맥이 객체의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 이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객체지향 설계의 품질을 결정하는 역할, 책임, 협력의 개념에 관해 살펴보자.


협력

협력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시작된다. 요청을 받은 사람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결국 협력은 다수의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으로 구성된다.

 

앨리스의 법정에서의 얘기가 소개된다. 이 얘기에서 객체들은 재판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

누군가 왕에게 재판을 요청하고, 왕은 증인을 부를 것을 요청하고, 증인이 입장함으로써 응답한다. 왕은 증언을 요청하고 증인은 증언함으로써 응답한다.

이를 협력 안의 요청과 응답에 초점을 맞춰보면, 특정 인물이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요청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응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행동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청과 응답은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수행할 책임을 정의한다.

 

책임

객체지향의 세계에서 어떤 객체가 요청에 대해 대답할 수 있거나, 적절한 행동을 할 의무가 있는 경우 해당 객체가 책임을 가진다고 말한다. 책임은 객체에 의해 정의되는 응집도 있는 행위의 집합으로, 객체가 알아야 하는 정보와 객체가 수행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개략적으로 서술한 문장이다. 즉 객체의 책임은 객체가 무엇을 알고있는가(knowing)와 무엇을 할 수 있는가(doing)으로 구성된다.

 

  • 하는것(doing)
    •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것
    •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시키는 것
    • 다른 객체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
  • 아는 것(knowing)
    • 개인적인 정보에 관해 아는 것
    • 관련된 객체에 관해 아는 것
    •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아는 것

책임은 설계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명확한 책임이 애플리케이션의 미래를 결정한다. 설계 단계에서 어떤 클래스가 필요하고 어떤 메서드를 포함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책임과 메시지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잡은 후에 시작하자. 중요한 것은 협력을 위해 어떤 책임을 수행할 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역할

어떤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의 집합은 객체가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암시한다. 역할은 재사용 가능하고 유연한 객체지향 설계를 낳는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다시 앨리스 얘기를 소개한다. 이번에는 피곤해진 왕 대신 여왕에게 재판을 맡기고, 증인도 요리사로, 앨리스로 변한다. 

이 얘기를 통해 재판의 과정은 완벽하게 동일하지만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만 변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중요한 것은 역할이다. 왕과 여왕은 판사의 역할을, 모자 장수와 요리사, 앨리스는 증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판사와 증인이라는 역할을 사용해서 세 가지 협력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협력으로 추상화할 수 있다.

 

판사는 증인을 부를 것을 요청하고, 증인이 입장해서 응답하고, 증인에게 판사가 증언할 것을 요청하고, 증인은 응답한다. 판사와 증인 자리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떤 객체를 넣어도 재판 과정은 동일하다.

대신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객체는 동일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객체로 한정된다. 즉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 객체들이 협력 내에서 동일한 책임의 집합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할의 개념을 사용하면 비슷한 협력을 추상화해서 인지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협력이 좀 더 유연해지며 재사용성이 높아진다. 즉 역할은 객체지향 설계의 단순성(simplicity), 유연성(flexibility), 재사용성(reusability)을 뒷받침 하는 핵심 개념인 것이다.

 

객체의 모양을 결정하는 협력

많은 사람들이 갖는 선입견을 소개하겠다.

 

첫번째로 객체가 시스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선입견이다. 데이터는 단지 객체가 행위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료일 뿐이다. 객체의 존재 이유는 행위를 수행하며 협력에 참여하기 이ㅜ해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객체의 행동, 책임이다.

 

두번째로 객체지향이 클래스와 클래스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시스템의 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적인 클래스가 아닌 동적인 객체이다. 객체지향의 핵심은 객체가 협력 안에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객체를 협력이라는 문맥에서 떼어놓은 채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떤 클래스로 구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바른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견고하고 깔끔한 협력을 설계해야 한다. 객체가 수행할 적절한 책임, 즉 행동을 결정한 후에 그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고민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클래스와 데이터는 협력과 책임의 집합이 결정된 후에야 고려할 사항인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 기법

역할, 책임, 협력이 객체지향 설계에서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관점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유용한 세 가지 기법을 살펴보자.

 

1. 책임-주도 설계

책임 주도 설계는 협력에 필요한 책임들을 식별하고 적합한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한다.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은 올바른 책임을 올바른 객체에게 할당하는 것이다.

 

책임 주도 설계에서는 시스템의 책임을 객체의 책임으로 변환하고, 각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해줄 협력자를 찾아 해당 협력자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협력 공동체를 구축한다. 개별적인 객체의 상태가 아닌 객체의 책임과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따라서 시스템은 충분히 자율적인 동시에 협조적인 객체들로 이뤄진다. 다음은 설계 절차이다.

  •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능인 시스템 책임을 파악한다.
  • 시스템 책임을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한다.
  • 분할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아 책임을 할당한다.
  •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를 책임질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는다.
  • 해당 객체 또는 역할에게 책임을 할당함으로써 두 객체가 협력하게 한다.

2. 디자인 패턴

디자인 패턴은 책임 주도 설계의 결과를 표현한다. 패턴은 특정한 상황에서 설계를 돕기 위해 모방하고 수정할 수 있는 과거의 설계 경험이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패턴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의 쌍으로 정의된다.

책에서는 Composite 패턴을 소개했으나 생략하겠다.

 

디자인 패턴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할, 책임, 협력의 템플릿이다. 적절한 디자인 패턴을 잘 알고 있다면 시스템에 구현할 객체들의 역할과 책임, 협력 관계를 빠르고 손쉽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패턴은 책임 주도 설계의 결과물인 동시에 지름길이다.

 

3.테스트 주도 개발

테스트 주도 개발은 실패하는 테스트를 작성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는 가장 간단한 코드를 작성한 후 리팩토링을 통해 중복을 제거하는 것이다. 테스트 주도 개발을 통해 clean code that works 를 얻을 수 있다.

 

테스트 주도 개발은 테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닌 책임을 수행할 객체 또는 클라이언트가 기대하는 개체의 역할이 메시지를 수신할 때 어떤 결과를 반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객체와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코드의 형태로 작성하는 것이다.

 

다양한 설계 경험과 패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온전한 혜택을 누리기가 어렵다. 역할, 책임, 협력에 집중하고 객체지향의 원칙을 적용하려는 깊이 있는 고민과 노력을 통해서만 테스트 주도 개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느낀점

협력, 역할, 책임의 중요성을 전보다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역시 중요한 것은 객체의 상태가 아닌 행위이다.

 

중간에 나온 선입견들이 공감이 되었다. 나도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해소가 되고, 더 나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세 가지의 유용한 기법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역할, 책임, 협력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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