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방관자 효과, 책임의 분산과 같은 사회적 현상의 예시를 보여주며 사람은 본인에게 주어진 명확한 책임이 없는 경우 남을 쉽게 돕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통해 명확한 책임과 역할을 지닌 사람이 협력에 참여해야 함을 보여준다. 객체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자율적인 책임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을 책임이라고 한다. 자율적인 객체란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각자 맡은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를 의미한다. 이런 자율적인 객체는 객체지향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객체지향 설계에서 적절한 책임을 적절한 객체에게 할당해야 한다. 적절한 책임이 자율적인 객체를 낳고, 자율적인 객체들이 모여 유연하고 단순한 협력을 낳는다. 따라서 객체의 자율성이 전체 애플리케이션의 품질을 결정한다.
다시 앨리스의 예시를 통해 자율성을 설명한다. 왕이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는 요청을 한다면 모자 장수는 어떤 방법을 쓰든 자율적으로 증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목격했던 장면을 떠올려라', '떠오르는 기억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해라' 등과 같이 상세한 수준의 요청은 모자 장수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한다. 객체가 자율적이기 위해서는 객체에게 할당되는 책임의 수준 역시 자율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책임 또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증언하라'는 요청이 아닌 '설명하라'는 요청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모자 장수는 무얼 설명해야 할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책임은 협력을 좀 더 다양한 환경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이라는 축복을 내려준다. 하지만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추상적이어야 한다.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추상적인 동시에 협력의 의도를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책임을 선택하자.
자율적인 책임의 특징은 어떻게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증언하라' 역시 무엇을 할 지는 결정하지만 어떻게 할 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설명하면 객체의 자율성을 크게 제한한다.
객채가 자신에게 할당된 책임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은 외부에서 전달되는 요청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요청을 메시지라고 부른다.
메시지와 메서드
메시지
하나의 객체는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다른 객체에 접근한다. 메시지는 메시지 이름과 인자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면 이렇게 표현한다.
증언하라(어제, 왕국)
메시지 전송은 수신자와 메시지의 조합이다. 메시지는 메시지 이름과 인자의 조합이므로 메시지 전송은 수신자, 메시지 이름, 인자의 조합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표현한다.
모자장수.증언하라(어제,왕국)
메시지는 객체들이 서로 협력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객체가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다는 것은 객체가 메시지에 해당하는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체가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은 메시지 뿐이며 객체는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한 방법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외부의 객체는 메시지에 관해서만 볼 수 있고 객체 내부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객체의 외부와 내부가 분리된다.
메서드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메서드라고 한다. 증언하라는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모자 장수가 선택하는 방법이 바로 메서드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가 실행 시간에 메서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와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분 짓는 핵심 특징 중 하나이다.
다형성
다형성이란 서로 다른 유형의 객체가 동일한 메시지에 대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타입의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할 경우 서로 다른 메서드를 이용해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리킨다.
다형성은 역할, 책임, 협력과 관련이 깊다. 서로 다른 객체들이 다형성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객체들이 동일한 책임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객체들 사이에서의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객체들의 대체 가능성을 이용해 설계를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하게 만든다.
다형성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객체 타입에 대한 결합도를 메시지에 대한 결합도로 낮춤으로써 달성된다. 다형성을 이용하면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객체와도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성이 높은 협력의 의미
송신자가 수신자에 대해 매우 적은 정보만 알골 있더라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설계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1. 협력이 유연해진다. 송신자는 수신자가 누구던지 상관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연하게 협력을 변경할 수 있다.
2.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확장할 수 있다.
3.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재사용할 수 있다.
수신자와 송신자는 메시지라는 얇은 끈으로만 이어져 있다. 두 객체 사이의 낮은 결합도가 설계를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며 재사용 가능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따라서 훌륭한 메시지를 선택해야 설계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메시지를 따라라
객체지향의 강력함을 클래스가 아닌 개체들이 주고 받는 메시지로부터 나온다. 객체지향 어플리케이션은 클래스를 이용해 만들어지지만 메시지를 통해 정의된다. 중요한 것은 클래스가 아니라 객체이며 객체의 윤곽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객체들이 주고 받는 메시지다.
what/who 사이클
책임 주도 설계의 핵심은 어떤 행위가 필요한지를 먼저 결정한 후에 이 행위를 수행할 객체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what/who 사이클이라고 한다. 여기서 어떤 행위가 바로 메시지다. 객체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 객체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메시지인 것이다. 메시지를 결정한 후에야 메시지를 수신할 후보를 선택하게 된다.
객체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란 어떤 두 사물이 마주치는 경계 지점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이어주는 방법이나 장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말, 글, 손짓, TV 리모컨, 컴퓨터의 마우스 등등이 모두 인터페이스다.
인터페이스는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1. 인터페이스의 사용법을 익히면 내부 구조나 동작 방식을 몰라도 쉽게 대상을 조작하거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2. 인터페이스 자체는 변경하지 않고 단순히 내부 구성이나 작동 방식만을 변경해도 인터페이스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3. 대상이 변경되더라도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문제 없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내부에서만 접근 가능한 사적인 인터페이스와 외부에 공개된 공용 인터페이스로 나뉜다. 어쨋든 모든 인터페이스는 메시지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느냐가 어떤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느냐와 어떤 인터페이스를 가질 것인지를 결정한다.
인퍼테이스와 구현의 분리
훌륭한 객체란 구현을 모른 채 인터페이스만 알면 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객체를 의미한다. 객체를 설계할 때 객체 외부에 노출되는 인터페이스와 객체의 내부에 숨겨지는 구현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이를 인터페이스와 구현의 분리 원칙이라고 한다.
객체 설계의 핵심은 객체를 두 개의 분리된 요소로 분할해 설계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인터페이스와 구현이다. 둘을 분리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소프트웨어는 항상 변경되기 때문이다. 변경될만한 부분을 객체의 내부에 숨겨 놓는다는 것인데, 이 원칙을 수행하기 위한 객체 설계 방법을 캡슐화라고 한다.
캡슐화
객체의 자율성을 보존하기 위해 구현을 외부로부터 감추는 것을 캡슐화라고 한다. 정보은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캡슐화는 두가지 관점에서 사용된다.
1. 상태와 행위의 캡슐화.
객체는 상태와 행동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자율적인 실체다. 이 관점에서의 캡슐화를 데이터 캡슐화라고 한다.
2. 사적인 비밀의 캡슐화
외부의 객체가 자신의 내부 상태를 직접 관찰하거나 제어할 수 없도록 의사소통 가능한 특별한 경로만 외부에 노출한다.
책임의 자율성이 협력의 품질을 결정한다.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적절하게 추상화되며, 응집도가 높아지고, 결합도가 낮아지며, 캡슐화가 증진되고, 인터페이스와 구현이 명확히 분리되며, 설계의 유연성과, 재사용성이 향상된다. 객체지향의 강력함을 누리기 위한 출발점이 책임을 자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메시지에 따라 달라진다.
느낀점
책임의 중요성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인생 뿐 아니라 객체에서도 책임이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인 책임이 아닌 적당히 추상적인? 책임을 부여하려면 객체지향적인 사고와 노력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객체의 내부와 외부를 나눠서 객체를 변화에 유연하게 하자. 내부의 영역은 인간의 사적인 비밀처럼 외부에서 접근하거나 변경할 수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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